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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베테랑], 통쾌한 한 방이 있는 액션 영화, 총평

by moneycontent 2025. 3. 3.

영화 베테랑 포스터 사진
영화 베테랑 포스터 사진

류승완 감독의 <베테랑>(2015)은 한국형 범죄 액션 영화의 새로운 기준을 세운 작품이다. "어이가 없네"라는 유행어를 탄생시킨 이 영화는, 빠른 전개와 통쾌한 액션, 현실적인 사회 비판이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유아인의 강렬한 악역 연기와 황정민의 카리스마 넘치는 형사 연기가 맞부딪히며, 관객들에게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다.

특히,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대립이라는 익숙한 구도를 활용하면서도, 촌철살인의 대사와 속도감 있는 연출 덕분에 식상함 없이 몰입감을 유지한다. 단순한 액션 오락 영화가 아니라, 한국 사회의 현실을 날카롭게 비판하는 메시지까지 담고 있어 더 큰 의미를 갖는 작품이기도 하다. 이 글에서는 <베테랑>이 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았는지, 그 매력을 세 가지로 나눠 살펴보겠다.

1. "어이가 없네" – 유아인이 만들어낸 역대급 악역

영화 <베테랑>에서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캐릭터는 단연 유아인이 연기한 조태오다. 조태오는 재벌 3세로 등장하며, 돈과 권력을 앞세워 법 위에서 군림하는 인물이다. 그의 행동은 악랄하지만, 처음부터 노골적으로 폭력을 행사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는 부드럽고 나른한 말투로 상대를 압박하며, 자신이 법 위에 서 있는 존재임을 은근하게 드러낸다. 이러한 태도는 영화가 진행될수록 더욱 노골적으로 변하며, 관객들에게 강한 분노를 유발한다.

조태오는 단순한 악당이 아니라, 현실에서도 충분히 존재할 법한 인물로 그려진다. 이는 한국 사회에서 종종 논란이 되는 재벌들의 갑질 사건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영화 속에서 그는 노동자를 무시하고, 법망을 피해가며, 주변 사람들을 마음대로 조종한다. 하지만 이러한 행동을 할 때도 결코 감정적으로 폭발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는 상대를 무시하는 듯한 시선과 비웃는 듯한 미소로 자신의 우위를 강조한다. 그가 내뱉은 "어이가 없네"라는 대사는 단순한 대사가 아니라, 그의 오만함과 권력에 대한 확신을 상징하는 말로 남았다.

유아인은 이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하며, 기존의 전형적인 악역과는 차별화된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그의 조태오는 마냥 악랄하기만 한 캐릭터가 아니라, 순간순간 나약한 모습을 보이며 인간적인 면모도 보인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다시 냉혹한 본성을 드러내며, 극적인 긴장감을 만든다. 이러한 복합적인 캐릭터 덕분에, 조태오는 한국 영화사에서 손꼽히는 악역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2. 황정민의 카리스마, 시원한 한 방이 있는 영화

조태오가 영화에서 강렬한 악역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이유는, 그 반대편에서 황정민이 연기한 서도철이 확실한 대척점에 서 있기 때문이다. 서도철은 정의감 넘치는 형사지만, 단순히 '착한 경찰'로 그려지지 않는다. 그는 때로는 허세를 부리고, 농담을 던지며 상대를 능청스럽게 몰아간다. 이러한 성격 덕분에 서도철은 딱딱한 캐릭터가 아니라, 현실적인 형사로 느껴진다.

영화 내내 서도철은 조태오에게 당하면서도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법이 조태오를 쉽게 처벌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그는 끝까지 조태오를 쫓는다. 그리고 후반부에 이르러, 그동안 쌓였던 분노가 폭발하는 순간이 찾아온다. 이 장면에서 황정민은 특유의 거친 연기를 선보이며, 관객들에게 강렬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또한, 영화의 액션 장면들도 눈여겨볼 만하다. <베테랑>의 액션은 과장된 할리우드 스타일이 아니라, 현실적인 몸싸움을 기반으로 한다. 좁은 골목길에서 벌어지는 추격전,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격투 장면들은 단순한 볼거리를 넘어서, 실제로 벌어질 법한 싸움처럼 느껴진다. 특히, 서도철과 조태오가 마지막으로 맞붙는 장면은 단순한 액션이 아니라, 영화 내내 쌓여온 감정이 폭발하는 순간이기에 더욱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황정민은 이 모든 장면에서 서도철이라는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해낸다. 그가 가진 유머러스한 면모, 거친 카리스마, 그리고 정의감 넘치는 모습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며, 관객들이 끝까지 몰입할 수 있도록 만든다.

3. 총평 – 사회를 향한 날카로운 메시지

<베테랑>은 단순한 범죄 액션 영화가 아니다. 영화는 돈과 권력을 이용해 법망을 피해가는 재벌가의 부조리를 신랄하게 꼬집는다. 조태오는 비리를 저지르고도 별다른 처벌을 받지 않으며, 경찰조차 쉽게 손을 대지 못하는 현실을 보여준다. 이는 한국 사회에서 반복적으로 논란이 되었던 ‘유전무죄, 무전유죄’ 문제를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영화는 이러한 현실을 마냥 비관적으로만 그리지 않는다. 서도철을 중심으로 한 경찰 조직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조태오를 쫓는 모습은, 정의가 결국 승리할 수 있다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한다. 물론 현실과 영화는 다를 수 있지만, 영화 속에서라도 시원한 정의 구현을 보는 것은 관객들에게 큰 만족감을 준다.

이처럼 <베테랑>은 액션 영화의 쾌감을 주면서도, 한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유머와 풍자를 곁들여 풀어낸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 있는 작품이다. 단순히 권선징악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반영한 스토리와 현실적인 캐릭터들을 통해 관객들에게 공감대를 형성한다.

<베테랑>은 한국 영화에서 보기 드문 ‘시원한 한 방’이 있는 영화다. 황정민과 유아인의 명연기가 빛을 발하며, 단순한 범죄 액션을 넘어서 사회적 메시지까지 담아낸다. 영화는 빠른 템포와 유쾌한 분위기를 유지하면서도, 적절한 긴장감을 잃지 않는다. 무엇보다 마지막 순간의 통쾌한 결말이 관객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다.

개봉한 지 시간이 흘렀지만, <베테랑>은 여전히 회자되는 작품이다. 이는 영화가 단순한 액션을 넘어, 사회를 바라보는 날카로운 시선과 깊이 있는 캐릭터들을 통해 관객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기 때문이다. 한국형 범죄 액션 영화 중 최고의 작품을 꼽으라면, <베테랑>은 단연 빠지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