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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전우치], 한국형 히어로의 원형을 제시하다 1. 고전을 비틀다 – 전우치, 판타지와 현대극의 절묘한 결합2009년 개봉한 [전우치]는 고전소설 [전우치전]을 모티브로 하면서도, 현대적인 감각과 판타지, 코미디, 액션을 결합한 색다른 영화다. 최동훈 감독 특유의 장르 해체와 유쾌한 상상력이 돋보이며, 강동원, 김윤석, 임수정, 유해진, 류승범 등 탄탄한 캐스팅으로도 많은 기대를 모았다. 한국 영화에서 보기 드문 ‘판타지 히어로물’의 요소를 도입해 대중성과 스타일을 동시에 잡은 작품으로 평가받는다.이야기는 조선시대에서 시작된다. 도사 전우치(강동원)는 제멋대로인 성격과 장난기 많은 성향으로 ‘진지한 도술계’에서 미움을 받는다. 그는 스승과 함께 요괴를 물리치는 데 도움을 주지만, 어떤 사건을 계기로 죄를 뒤집어쓰고 ‘호리병’에 봉인된다. 그리고 50.. 2025. 4. 7.
영화 [밀정], 경계선 위에 선 남자들의 시대적 선택, 혼란의 시대, 명연기, 신념 1. 혼란의 시대, 누구를 믿을 것인가 – 조선과 일본의 경계에서2016년 개봉한 [밀정]은 일제강점기 조선을 배경으로 한 스파이 서스펜스 영화다. 김지운 감독이 연출을 맡고, 송강호와 공유가 주연으로 출연하며, 치밀한 서사와 긴장감 넘치는 연출, 그리고 묵직한 메시지로 평단과 관객의 찬사를 동시에 받았다. 영화는 단순한 친일 vs 독립의 구도가 아니라, ‘정체성’과 ‘선택’이라는 주제를 중심에 두고, 경계에 선 인물들의 심리와 갈등을 섬세하게 파고든다.영화의 배경은 1920년대 후반 경성. 조선인 출신으로 일본 경찰이 된 ‘이정출’(송강호)은 일본의 비밀 경찰로서 조선 독립운동 단체 ‘의열단’을 추적하는 임무를 맡는다. 그는 ‘김우진’(공유)이 이끄는 의열단의 핵심 인물들과 접촉하며 그들의 정체를 파악.. 2025. 4. 6.
영화 [사도], 뒤주 속에 갇힌 부자의 비극과 조선의 그림자, 이야기, 연기, 질문 1. 가장 사적인 죽음, 가장 공적인 역사 – 사도세자의 이야기[사도]는 조선 왕조 500년 역사에서 가장 비극적이고 논쟁적인 사건인 ‘사도세자 뒤주 처형’을 정면으로 다룬 영화다. 이준익 감독의 섬세한 연출과 송강호, 유아인 두 배우의 압도적인 열연이 만나, 단순한 시대극을 넘어선 ‘감정의 연대기’를 완성했다. 제목처럼 영화는 ‘사도세자’라는 한 인물의 삶과 죽음, 그리고 그를 그렇게 만들 수밖에 없었던 조선의 권력 구조와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를 심도 있게 조명한다.영화는 영조(송강호)가 사도세자(유아인)를 뒤주에 가두기까지의 8일간의 시간과, 그 이전의 오랜 갈등을 회상 형식으로 풀어낸다. 사도는 어릴 적부터 총명하고 예술적 감수성이 풍부한 아이였지만, 냉정하고 완벽주의자인 아버지 영조의 기대와 비교.. 2025. 4. 5.
영화 [군함도], 기억해야 할 역사 속 진실의 목소리 1. 군함도, 이름조차 감춰졌던 지옥의 섬[군함도]는 2017년 류승완 감독이 연출하고, 황정민, 소지섭, 송중기, 이정현 등이 출연한 대작 영화다. 일제강점기 하시마 섬(일명 군함도)을 배경으로, 조선인 강제징용의 실상을 극적으로 담아낸 작품이다. 영화는 단지 고증에 그치지 않고, 캐릭터 중심의 드라마와 탈출 액션, 인간애의 메시지를 통해 관객에게 강한 감정의 파고를 안긴다.'군함도'는 실제로 일본 나가사키 앞바다에 존재했던 섬으로, 석탄 산업의 중심지였던 동시에 조선인과 중국인 노동자들이 강제노역에 동원되었던 장소이기도 하다. 영화는 1945년, 전쟁 말기 상황에서 일본이 조선인 노동자들을 이 섬에 강제로 수용하고, 석탄 채굴이라는 혹독한 환경 속에서 인간 이하의 삶을 강요하는 현실을 바탕으로 한다... 2025. 4. 4.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 웃음 속에 숨겨진 비극의 그림자, 청년, 연기, 국가 1. 두 얼굴의 청년들 – 이중 신분과 청춘의 아이러니2013년 개봉한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동명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장철수 감독이 연출하고 김수현, 박기웅, 이현우가 주연을 맡았다. 겉으로는 밝고 코믹한 분위기로 시작하지만, 후반부에 접어들수록 국가와 명령, 그리고 생존을 두고 갈등하는 비극적인 전개로 전환되는 것이 특징이다. 단순한 청춘 액션물이 아닌, 이념과 정체성 사이에 놓인 젊은이들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깊은 울림을 준다.주인공 원류환(김수현)은 북한 최정예 간첩 ‘5406부대’ 출신으로, 남한에 잠입해 달동네의 바보 청년으로 위장하며 임무를 기다리는 인물이다. 그는 매일 동네 아주머니들의 심부름을 하고, 세탁소 옥상에서 혼자 물구나무를 서며 시간을 보낸다. 그러나 그의 .. 2025. 4. 3.
영화 [백두산], 재난 속에서 피어난 인간 드라마 1. 백두산 폭발이라는 가상의 위기, 그 안에 숨은 현실[백두산]은 2019년 개봉 당시, ‘한국형 재난 블록버스터’의 새 지평을 열겠다는 목표로 제작된 작품이다. 국내 재난 영화들이 주로 지진, 홍수, 전염병 등 도심 재해를 배경으로 삼아왔던 것과 달리, 이 영화는 백두산 화산이라는 다소 낯선 자연재해를 소재로 삼았다. 이는 실제 백두산이 역사적으로 대규모 분화를 일으킨 적 있고, 오늘날에도 여전히 활동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전혀 허구적 설정만은 아니었다.영화는 갑작스럽게 백두산이 전초 분화를 일으키고, 남한과 북한 전역이 그 여파로 붕괴되기 시작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이는 관객에게 단순한 자연재해의 공포를 넘어서, 남북한이라는 한반도의 특수한 지리·정치 상황까지 함께 상기시킨다. 서울과 평양, 나.. 2025. 4. 2.